환청

[리뷰] 지친 현대인의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연극 ‘환청’에서 파라다이스를 찾는 마음의 소리를 만나다

김진경 기자 jjanga2020@yhenews.co.kr

[연합경제] 막베스, 변신 등을 연극연기와 인형, 물체 등 다중매체를 표현방법을 사용한 독창적인 연극으로 공연예술 활동을 이어온 ‘극단 그림연극’이 열두 번째 작품 ‘환청’을 10월 24일(수)부터 11월 11일(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연극 환청의 첫 시작은 극장 밖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공연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극장문 안에서 영롱한 뮤직박스 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떤 복선을 미리 속삭여주는 듯하다.

극장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얀색 스크린 막이 제일 먼저 눈에 띤다. 관객들이 착석하자마자 스크린 위로 회색빛 구름으로 보이는 무늬가 너울대고 전동차나 자동차가 이동하는 기분 나쁜 쇳소리가 들려온다. 이전에 뮤직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향에 익숙하다가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니까 본능적으로 움찔하게 되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스크린 위에 푸른색의 하늘과 무지개빛 깃털을 가진 새의 활공으로 변한다. 약 10여분간 조금 지루하다싶을 정도로 긴 영상물이 반복되었다. 모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영상물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막에서 마임으로 이어졌다.

영상물이 사라지고 어두운 암전상태에서 검은 옷을 입은 배우 세명이 나타났다. 배우 세명은 각각 회색옷을 입은 작은 인형의 팔과 다리, 얼굴 등을 붙잡고 움직였다. 회색옷을 입은 작은 인형은 몰개성적이고 왜소한 현대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지며 검은 옷을 입은 배우 세명이 조종하는 모습은 무언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것에 의해 통제되고 휩쓸리는 현상을 말하는 듯 했다.

약간 몽환적이고 느릿하게 진행되던 영상물과 마임이 끝난 뒤에는 검은 옷을 입고 나타났던 세 명의 배우가 무지개빛의 하얀색 옷을 입고 나타나서 해변가를 산책하고 뛰노는 장면으로 바뀐다. 도심을 벗어나서 자유인이 된 세 사람의 일상이 코믹하고 정감 있게 그려졌다.

파라다이스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항해는 이어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유랑극단의 천막 극장 같은 구조 안에서 그림자 연극을 펼쳐보인다. 그림자로 어린아이와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들었던 별에 관한 이야기, 서커스단을 만나서 들떴던 기억 등 여러 가지 따듯한 추억들이 혼재되어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그리고 그러한 따듯하고 몽환적인 기억도 막을 내리고 다시 왜소한 회색옷을 입은 인형이 무대 한쪽에 있는 벤치에 기대어 앉아서 잠든 모습으로 연극이 끝난다.

사실 그 인형은 무대 한쪽에 계속 그렇게 소외된 채 벤치에 기대고 있었다. 아마도 그동안 관객들이 경험했던 환상적인 마임과 연극 등이 지친 현대인이 잠시 쉬면서 꾸는 꿈일 수 있다는 복선인 듯했다.

그렇다면 결국 '연극 환청'이 들려주고자 했던 목소리는 존재하지는 않지만 누구나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곧 어린시절의 행복하고 소소했던 기억 속에 숨겨져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게 아닐까.

연극 환청의 배우와 인형

연출을 맡은 이현찬은 ‘환청은 행복한 삶을 꿈꾸는 지친 현대인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