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베스

<작품 막베스에 대하여>

 

연출 : 이현찬(극단 그림연극 대표)

인간이라면 누구나 권력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어렸을 때 재미 삼아 물어보는 어른들의 물음에 의미도 모르는 직업으로 대답했다. 어두운 야욕과 권력이라는 욕망은 크게는 세계를 피의 역사로 물들였고 그 역사는 지금도 계속 되고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막베스(Macbeth)를 대하면 권력에 대한 야심과 그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을 맥락으로 막베스의 작업이 시작됐다.

이번 작업에서는 정통비극의 형식으로 작품 막베스를 대한다기 보다는 놀이의 형식으로 Material을 사용해서 접근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 가장 짧다는 작품 막베스를 A4 용지 11페이지 분량의 대본으로 재구성하고 비극이라는 중압감에서 탈피했다.
그래서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시 적인 언어 중심의 대사전달에서 함축적이고 현대적인 언어로 희극적인 부분을 증가시키고 막베스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허무를 뛰어넘어 세계의 역사라는 부분까지도 확대를 했다.

무대의 표현도 다소 투박하고 거칠며 슬라이드와 초를 이용한 조명효과를 사용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이 작품의 주제를 어둡게 표현한다. 연기의 방법으로는 인간연극의 행위자보다 더 많은 집중이 요구되는 인형을 사용하여 진행된다. 작품 막베스를 위해 세 명의 배우가 약 20여 개의 인형을 사용하는데 그 만큼 행위자의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고 또한 극복 되야 할 요소도 많다.

출연하는 배우 3명은 등장인물 막베스, 레이디 막베스, 방코를 기본 인물로 하고, 나머지 인물들(덩칸, 맥더프, 말콤, 장의사, 아나운서, 마녀 등)도 1인 3역으로 연기한다.
인간연극의 경우에는 배우 자신이 행위자로서 주체이지만 우리의 연극 방법은 배우가 어디에(인형이나 Material 중)집중을 하고 연기를 하는가에 따라서 인형이 주체나 객체가 되기도 하고 행위자가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연극 행위가 일반 연극과 두드러진 차이점이다.

대본은 20개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이 되었고 극의 전체적인 흐름은 원본을 거의 따랐다.
처음 프롤로그는 막베스 작품의 전체적인 그림을 상징하는데, 인간이 외롭고 쓸쓸한 일상에서 행복해 지고 싶다는 지극히 순수한 마음을 표현한다. 그것은 어쩌면 막베스가 왕이 된 후 고통스러움 속에서 가졌을만한 감정일 것이다. 내 가슴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가슴은 인간의 욕망이 움트는 곳이다.

작품 속에 독립된 인형으로 덩칸을 사용하지만, 막베스가 덩칸을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독립된 인형이 아닌 자신의 가슴을 찌르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 속에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방해했던 이성을 제거한다는 의미이고, 그럼으로써 덩칸왕을 죽인 것으로 간주한다.
프롤로그에서 3명의 배우가 가슴속에 묻어둔 소중한 물건들(새로운 출발을 말해주는 아기신발, 세계를 나타내는 팽이, 음모를 대신하는 하얀 손)을 꺼내 드는 것으로 이 연극은 시작되는데, 그것은 이번 작업에 중심이 되는 하나의 상징물이다.

세 명의 배우가 막베스란 대작을 표현한다는 것, 인형과 Material에 적응해 가는 모습들, 인간의 욕망과 역사, 죽음, 인생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좀 더 가볍게 풀어보고자 했던 시도들은 나에게도 흥미 있는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