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청

<작품을 만들며>

작, 연출: 이현찬 (극단 그림연극 대표, 연출가)

일상의 어느 모습, 그것들은 수면에 떠오르지 않고 잊힐 수도 있다.
하고도 안한 듯, 듣고도 못들은 듯. 저촉되지 않으면 그렇게 흔히들 하루가 지난다.
동선을 달리해서 전철을 탔다.
때마침 터질 것 같은 가방을 끌고 히트되었던 음원 CD의 판매원과 한 공간에 있게 되었다. 자연스레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너의 과거는 어땠니?
묻지 마!
음. 그래. 너도 어느 노래 가사에서처럼 어둡고, 새가 친구였구나.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참, 우습다. 그런 거울을 예전엔 지금보다 자주 비춰보았겠지.
거울을 보면 또 다른 세상이 들어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희망적인 공간이 덧붙여져 자신을 치장한다. 그것이 사회다. 환청.

작품에는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별도의 대사도 없고, 성격도 부각되지 않는다. 그저 상황에 따라 터져 나오는 감정의 소리일 뿐이다. 세 명의 허깨비인 환(배우)이 소리를 듣는 표상인 청이(인형)를 움직이고 대신한다. 우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목적지는 파라다이스인데…….

항상 준비하는 것 같아도 또 다시 막바지에 정신없이 시간에 쫒기고 있다. 작품을 만들며 안 풀리고 괴롭고 한 순간들은 정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어쩜 그런 시간의 순간들이 즐겁다. 그리고 그런 시간에 우리 연극, 또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처음 작품을 구상할 때의 많은 생각들이 연습의 과정 중에 덧붙여졌고, 사라지거나 묻히기도 했다. 이제 무대에 오르려는 찰나에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

작품이 무대에 형상화되기까지 옆에서 뛰어준 우리 배우들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