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 날개

<드라마투르기/연출을 하며...>

 

1936년 월간종합지 [조광]에 발표된 이상의 "날개"는 1인칭 소설로서 대사체가 거의 없이 '나'라는 주인공의 심리적 상황만을 묘사했다. 그래서 대본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반면에 연극적 표현에 있어서 자유로운 창작의 공간을 열어주었다.

의도적으로 작품 "날개" 를 해석함에 있어서 자칫 건조해 질 수 있는 일제 식민시대의 조선인으로 그 배경을 연결 짓지 않았다. 그 보다는 한 인간의 일상과 내면을 찾아 예술적, 미학적으로 접근하여 극적인 심리상황묘사와 실존 쪽으로 방향을 잡아 극을 구성했다.

극의 주제는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외되며 외형적으로만 존재하던 한 인간이 의식적으로 자신을 가두고 있던 억눌린 자아에서 해방됨이다.
극의 진행은 언어가 중심이 되어 대사로 줄거리를 형성하는 사실주의연극의 방식을 부정한다. 그 보다는 무대에서 발생하는 그림을 통해 관객 스스로가 축적해 놓은 경험, 자신의 상상력과 이해력의 도움으로 각자가 느끼는 자신만의 줄거리를 만들어 간다. 이를 위해 극은 관객의 상상력을 보다 더 자극하고 이해를 돕기 위하여 애니메이션, 인형극, 그림자극, 음악적인 언어, 조명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표현 방법을 활용할 것이다. 소설 도입부의 난해한 부분과 시간이 경과하며 발생하는 사건들은 압축되어 위의 방법으로 처리된다.

작품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날개"는 이상의 "날개" 그대로 무대에 일러스트레이션 하기 보다는, 주인공인 '나'의 상황 심경을 여러 방법으로 묘사하며 재구성한다. 이 때 이상의 시나 소설에서 상응하는 대목의 문장을 차용한다. 어느 예술행위이건 작품에 작가의 정신세계가 내재한다. 소설 "날개"는 이상의 문학작품이고, 극단 그림연극의 "날개"는 3차원의 무대에 새로이 형상화되는 재창작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에 작가의 정신이 배어들도록 연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