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들

<메테르링크의 1890년 작 "장님들" 줄거리>

 

번역 : 한상명

별이 가득한 밤, 나무로 둘러싸인 숲에서, 12명의 장님들이 넓지 않은 주위에 작은 무리들을 이루어 고립되어 있는 모습을 보이며 극은 시작된다. 12명의 장님들은 6명의 여자와 6명의 남자들이다. 등장하는 여자 장님들은, 늙었거나, 젊었거나, 미쳤거나, 기도하거나 하는 인물의 성격을 가지고, 이에 반해 남자 장님들은 늙은 장님을 제외하고는 장님으로 태어났거나 장님이 된 사실만을 제시하는 인물 구성이다. 여기에, 미친 여자 장님이 데리고 있는 아기가 함께 등장한다.

장님들은 앞을 못 보는 그들을 이 숲으로 인도한 신부가 그들에게서 멀어진 것을 느낀다. 그들은 알지 못하지만 신부는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나무에 기대어 죽어 있다. 그들은 혼자 남겨진 것을 불안해 하지만, 멀리 가야 한다고 자신을 기다리라고 말한 신부를 기억하며, 그가 곧 돌아온다는 것을 믿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대화를 통해, 지금 나무와 돌, 낙엽이 쌓여 있는 숲에 있음을 확인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이런 확인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들을 수 있는 소리와 맡을 수 있는 냄새, 장님으로 태어나지 않은 장님들은 과거의 볼 수 있었을 때의 희미한 기억, 그들이 살고 있는 바다로 둘러 쌓인 이 섬을 보여주고자 했던 신부의 의도와 본능적인 감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감각 등이 눈을 대신하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어지는 논리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느낌 그대로를 이야기 한다.

신부가 어디로 인가 떠났다는 것을 알 뿐 그가 어디로 갔는지, 왜 돌아오지 않는지, 그들은 언제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은, 그들이 느낄 뿐 확인할 수 없는 숲의 모습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게끔 한다. 숲을 날아다니는 새의 무리들의 소리, 멀리 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들을 들으며 이러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채, 그들은 서로 어떻게 하여 이 섬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고 지금 살고있는 성과 신부의 존재, 즉 환경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것은 숲에서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그들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동시에 온 신경이 들리는 소리와 맡을 수 있는 냄새, 다른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감각에 몰려 있다.?

두려움의 시간이 상당히 지난 후 그때 그들에게로 다가온 개는 다가오는 소리에 그것이 신부라고 기대했던 희망을 깨고 죽어있는 신부에게 인도한다. 신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그들은 경악한다. 이를 발견한 그들의 혼란은 매우 컸다. 이제 개가 혹시나 집으로 인도해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개를 찾았지만 개는 죽은 신부 옆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개와 함께 죽은 자 옆에 있을 수 없었고, 두려움에 쌓인 그들에게 또 무언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미친 여자 장님이 데리고 있는 아기가 울자 그 아이 만이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내고, 다가오는 자가 그들을 구원해 주기바라는 마음에서, 아이가 보는 것에 일제히 집착한다. 다가오는 느린 발자국 소리와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계속 들으며, 무엇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고 이제 그들 가운데 와 있는지 모른 채 극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