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어때서?

언론보도자료


평균 73세… ‘꽃할배·꽃할매’ 프로 연극판 뛰어들다

내달 16일 ‘내 나이가 어때서’ 초연 앞두고 맹연습

박동미기자 pdm@munhwa.com

“나이를 초월해 모든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올해 77세인 박경식(자영업) 씨는 이제 어엿한 연극 배우다. 오는 10월 16일 대학로 극장에 올릴 연극 ‘내 나이가 어때서’를 향한 열정은 젊은 배우 못지않다.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완숙함까지 갖췄으니 배우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연습 중인 이들은 오히려 프로보다 ‘내공’ 있는 아마추어다.

각기 다른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박경식 씨와 함께 연극연습을 하고 있는 출연진들은 2010년 극단 그림연극이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모집한 이른바 ‘시니어’ 배우들이다. 이번 무대는 오로지 이들 시니어 배우(김하균, 박경식, 박영자, 목균자, 최순자, 박남신, 이청자, 권지희, 서병학)들로만 꾸며진다. 최고령자는 90세고 평균 연령은 73세다.

연극은 시니어 배우들이 즉흥극 과정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자연스럽게 배우들의 실제 경험과 지나온 삶이 녹아들었다. 이를 극단 대표인 이현찬 연출이 대본으로 구성했다. 극은 어머니의 100세 생일에 온 가족들이 축하하러 모인 자리에서 시작된다. 배우가 꿈이던 막내딸, 연애에 모든 것을 걸었던 둘째딸 등 가족의 과거와 꿈이 하나하나 펼쳐지면서 전개되다가, ‘리마인드 웨딩’을 하는 할머니의 장면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실버세대’가 인생의 내리막길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극 중 둘째딸 역을 맡은 최순자(72·전 소비자단체 상담직) 씨는 23일 “봉사활동 등 인형극 연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나 자신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연극은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면서도 “연애하던 시절의 쑥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기도 하는데, 힘들어도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권지희(68·전 미술교사) 씨는 “프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복지관에 나와서 놀다가 친구 추천으로 연극을 하게 됐는데 처음엔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점점 재미를 알아가고 있어요.”

이같이 말한 서병학 (66·전 화물운송업) 씨는 “새 삶을 발견한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연기 지도를 맡은 김영아 한국외대 겸임교수(문화콘텐츠 전공)는 “시니어 배우들의 삶이 극중에 녹아들어 일반 배우들이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삶의 깊이가 연극에 드러난다”며 관람 포인트를 강조했다. 연극 ‘내 나이가 어때서’는 오는 10월 16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예술공간 SM3관에서 계속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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