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3. 작품 "난파"의 그림연극적 표현방법>

 

공연의 연출적 표현방법은 연극연기, 인형연기, 움직임으로 진행하고, 그림자, 애니메이션, 인형이 사용된다. 표현주의 연극의 언어와 마찬가지로 무대장치는 절제가 최상의 규칙이다. 중심적 소품은 한 인간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 된 여행가방이다.
작품 "난파"를 김우진의 텍스트 그대로 무대에 표현하는 것은 현대의 관객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텍스트에 어려있는 많은 추상적 상황은 곧 심리를 나타낸다. 그것은 빛의 색채이고 내면적인 모습이다. 표현주의 연극에서는 항상 비슷한 공간형이 나타난다. 막힌 공간은 단절의 표현으로, 수평으로 막힘이 없는 공간은 의지할 데 없는 특징으로, 수직으로 막힘 없는 공간은 해결에 대한 열망을 의미한다. "난파"에서 이 공간은 시인의 감춰진 내면과 현실로 이등분하여 무대와 표현방법이 분리된다. 무대는 그림자막이 진행 중에 설치된다. 그렇게 무대는 이등분이 되어 공간적 의미를 부여할 것이고, 역시 공간에 상응하여 극단 고유의 표현방법인 인간연기와 인형연기가 혼합되어 사용된다. 시작 때 아무 장치도 없는 텅 빈 무대에서 끝날 때는 난파의 느낌으로 사용된 소품들이 하나하나 쌓이게 될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시인1, 2, 3, 4의 여성배우와 시인으로서 인형에 의해 표현된다.
원작은 3막으로 구성되었으나, 재해석으로 많은 부분이 삭제 되거나 첨가되었다. 그러나 원작의 중심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4. 작품줄거리>

 

푸른 하늘 또는 바다 위에 떠다니는 파편조각이 뭉쳐 태어날 아기를 감쌀 흰 천이 된다.
바람에 나부끼는 흰 천은 시인의 탄생을 알리는 금줄로, 금줄은 상여를 끄는 밧줄로 변한다.
어린 시인은 어머니의 장례 장면을 목격한다. 어머니는 시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정신적인 지주이다. 어머니 앞에서 발가벗은 몸, 무장해제 된 나약한 존재의 시인은 자신의 고통(사회적 구속과 제한된 틀)을 호소한다. 시인은 자신 속의 어머니를 통해 억눌려있던 자아를 자극 한다. 그리고 "카로노메(caro nome 소중한 이름)" 음악이 나오며 시인을 실존적 상황으로 이끈다. 시인은 백의녀, 비의녀를 만나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시인은 현실적인 여성인 비비 라는 또 다른 자아를 끌어들여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킬 계기를 마련한다. 카로노메는 시인이 그리워하는 어머니이기도 하고, 자기 존재를 찾는 정신적 해방의 목표이다. 이 목표는 난파라는 출구로 향하고, 비로소 시인은 억압으로부터 해소되는 자신이 원했던 이상을 실현한다.